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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과 의료사고 민형사상 책임에 대하여

by 정보왕 호랑이 2025. 6. 15.

현대 사회에서 의료서비스는 필수적인 삶의 일부입니다. 그러나 의료가 고도로 전문화되고 복잡해진 만큼, 의료과정 중 발생하는 사고 또한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수술 중 예기치 못한 합병증, 진단 지연, 투약 실수, 의료인의 과실 등 다양한 형태의 의료사고는 때로는 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합니다.

 

하지만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누구의 책임인가?”, “어디까지가 과실이고 어디서부터가 불가항력인가?”에 대한 기준은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의료법은 의료인의 직무와 환자의 권리를 규정하며, 민사·형사책임 여부는 법적 기준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 글에서는 의료사고 발생 시 법적 책임이 어떻게 구분되고, 어떤 절차로 판단되는지를 의료법과 함께 민형사 책임 관점에서 상세히 설명합니다.

 

의료법과 의료사고 민형사상 책임에 대하여
의료법과 의료사고

 

의료사고란 무엇인가 – 개념과 유형 정리


의료사고는 일반적으로 환자가 진료, 수술, 투약, 간호 등 의료 행위를 받는 과정에서 의료인의 과실이나 시스템 문제 등으로 인해 신체적·정신적 손해를 입은 경우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사고가 항상 의료인의 잘못 때문만은 아닙니다. 자연스러운 부작용이나 예상할 수 없는 합병증도 존재하기 때문에, 법적으로 ‘과실 여부’가 판단의 핵심이 됩니다.

의료사고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진료상 과실입니다. 이는 진단 오류, 수술 중 실수, 투약 착오 등으로 발생하며, 의료인의 주의의무 위반 여부가 쟁점이 됩니다. 둘째, 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사고입니다. 의료행위 이전에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고 동의를 받아 치료한 경우, 결과적으로 손해가 없더라도 설명 의무 위반만으로 법적 책임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셋째, 비의료적 요인에 의한 사고입니다. 예컨대, 병원 내 낙상, 장비 고장, 간병인 또는 타 환자에 의한 피해 등은 의료법과 더불어 민사상 시설 관리 책임 또는 사용자 책임이 논의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의료사고가 단순히 ‘결과’만으로 판단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동일한 수술이라 하더라도 환자의 기저질환, 신체 반응, 병원 환경 등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으므로, 법적 책임은 행위 당시의 상황, 의료인의 주의 수준, 예측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됩니다.

 

의료법상 책임 – 의료인의 의무 위반과 행정처분


의료법은 의료인의 자격, 의료기관의 개설 및 운영, 진료의 원칙, 기록 및 보존, 설명의무 등 의료 전반을 포괄적으로 규율하는 법입니다. 특히 의료사고와 관련하여 문제되는 조항은 의료인의 직무상 의무와 환자 보호 의무에 관한 부분입니다.

대표적으로 의료법 제24조의 설명의무는 의료인이 환자 또는 보호자에게 시술, 수술, 검사 등의 필요성, 방법, 부작용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야 함을 규정합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진료행위 자체가 위법으로 간주되어 민사·형사책임뿐만 아니라 의사 면허 자격정지 등의 행정처분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의료법 제27조는 무면허 의료행위 금지를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과 별도로 의료기관의 폐쇄나 자격 취소 등이 가능해집니다. 이처럼 의료법상 책임은 단순히 개인적 손해배상 문제를 넘어서 면허·영업권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행정적 책임까지 포함되므로, 의료인 입장에서도 매우 중대한 법적 리스크로 간주됩니다.

더 나아가, 의료법상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환자에게 위해를 가한 경우, 보건복지부 장관 또는 관할 지자체는 의료인의 자격을 정지시키거나 일정 기간 업무를 제한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행정처분은 의료인이 사적으로 해결하려는 민사합의와는 무관하게 공공적 기준에 따라 자동적으로 부과되기도 하므로, 의료인은 자신의 행위가 행정법적으로도 평가 대상이 된다는 점을 반드시 인식해야 합니다.

 

민사책임 – 손해배상의 기준과 입증 책임


의료사고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제기되는 법적 절차는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입니다. 이는 의료인의 과실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 금전적 배상을 청구하는 것으로, 환자(또는 유족)가 원고가 되고, 병원이나 의료인이 피고가 되는 구조입니다.

민사소송에서는 기본적으로 과실, 인과관계, 손해의 존재 이 세 가지가 입증되어야 합니다. 예컨대 수술 중 신경 손상이 발생했다면, 그 손상이 의료인의 조심 의무 위반으로 인해 발생했는지(과실), 손상과 의료행위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는지, 그리고 환자가 실제로 재활 치료비, 위자료 등 금전적 손해를 입었는지가 입증되어야 합니다.

문제는 의료 행위의 특성상 환자가 이러한 요소들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이 때문에 판례는 의료소송에서의 입증책임 완화 원칙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환자가 의료기록 열람조차 하지 못하거나, 진료기록이 의료기관에만 있는 경우, 법원은 의료인이 진료상 주의의무를 다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는 구조로 전환하기도 합니다.

또한, 설명의무 위반만으로도 별도의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합니다. 수술 전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하고 동의한 경우, 실제 결과가 정상적이라 하더라도 자기결정권 침해에 대한 위자료가 인정되기도 합니다.

판례는 통상 손해액을 산정할 때 치료비, 향후 치료비, 휴업손해, 일실소득, 위자료 등을 고려하며, 환자의 나이, 직업, 소득, 장애 정도 등을 반영하여 판단합니다. 요컨대 민사상 책임은 의료인의 고의나 명백한 과실이 없어도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되면 성립될 수 있으며, 결과보다는 행위 과정의 적정성이 판단 기준이 됩니다.

 

형사책임 –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와 형법 적용


의료사고는 민사책임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 형사책임까지 연결될 수 있습니다. 특히 환자가 사망하거나 중대한 후유증을 입은 경우, 해당 의료인이 형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죄(형법 제268조)로 처벌될 수 있으며, 의도치 않은 실수라 하더라도 형사처벌 대상이 됩니다.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는 기본적으로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사람을 사망 또는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 성립합니다. 여기서 의료인은 환자의 생명과 신체를 다루는 고도의 전문직이기 때문에 일반 직업보다 훨씬 높은 주의의무가 요구됩니다. 예를 들어 수술 중 수술 부위를 혼동하거나, 항생제 알레르기 병력이 기록되어 있음에도 이를 확인하지 않고 투여하여 쇼크사한 경우, 법원은 의료인의 업무상 과실을 인정하여 형사책임을 부과한 사례들이 존재합니다.

또한, 단순한 실수로 보이는 상황도 상황에 따라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설명의무 위반이 사망 결과로 이어진 경우입니다. 예컨대, 수술 전 합병증 가능성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예상 가능한 합병증이 발생해 환자가 사망했다면, 유족은 단순한 민사 배상뿐 아니라 의료인의 과실치사죄로 형사 고소할 수 있습니다.

수사기관은 고소 또는 고발 접수 시 의무기록(EMR), 수술기록지, 간호기록, CCTV 영상,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과실 여부를 판단하며, 경우에 따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의무감정을 의뢰하기도 합니다. 문제는 의료라는 특성상 정확히 어떤 행동이 ‘과실’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이로 인해 동일한 사건이라도 경찰, 검찰, 법원의 판단이 엇갈릴 수 있으며, 불기소(혐의없음), 기소유예, 약식명령, 정식재판 등으로 다양하게 종결될 수 있습니다.

실제 의료계에서는 이러한 형사책임의 위험성 때문에 방어진료(Defensive Medicine)가 증가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는 의료인이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소극적으로 진료하거나, 필요 이상의 검사를 실시하는 방식으로 나타나 환자에게 오히려 불이익이 돌아가는 문제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결론적으로, 형사책임은 의료사고의 가장 무거운 책임이며, 사안에 따라 금고형, 자격정지, 사회적 낙인 등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의료인 입장에서는 평소 철저한 기록관리, 설명의무 준수, 표준진료지침(SOP) 이행 등을 통해 사전 예방이 중요하며, 환자 입장에서는 형사 고소가 단순 분노 해소가 아닌 증거와 기준에 기반한 절차임을 이해하고 접근해야 합니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 제도 – 분쟁 해결을 위한 제3의 절차
의료사고 발생 시 환자와 의료기관 사이의 분쟁은 감정적 갈등으로 쉽게 격화될 수 있습니다. 법원 소송은 시간, 비용, 정신적 피로가 크기 때문에 이를 대신할 수 있는 합리적인 분쟁해결 제도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설립된 기관이 바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입니다.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12년부터 운영 중인 이 기관은, 의료사고 발생 시 비용 부담 없이, 신속하고 공정하게 분쟁을 해결해주는 제도적 장치입니다. 환자 또는 유족은 의료사고가 발생한 날로부터 3년 이내(또는 인지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조정중재원에 조정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조정 신청이 접수되면, 의료·법률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조사관과 감정위원회가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의료과실 여부를 판단합니다. 이후 조정위원회에서 금전적 배상, 사과, 진료기록 제공 등 다양한 방식의 조정안을 제시하게 되며, 양 당사자가 동의하면 법적 효력을 갖는 합의서가 체결됩니다.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민사소송으로 이관하거나 감정 결과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조정중재원의 가장 큰 장점은 신속성과 비용 절감입니다. 일반적으로 법원에서 민사소송을 진행하면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릴 수 있는 반면, 조정중재원에서는 평균 3~6개월 안에 결과가 도출됩니다. 또한 모든 감정과 절차는 무료로 진행되므로, 환자나 유족의 경제적 부담이 크게 줄어듭니다.

특히, 사고의 중대성이 큰 경우에는 환자 동의 없이도 ‘의무조정’으로 자동 개시되는 제도가 있어, 중환자, 사망자, 장애 발생 사건 등에서는 보다 강제력 있는 조정 절차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이 제도는 분쟁 초기에 신뢰 있는 제3자가 개입함으로써, 불필요한 오해나 감정적 대응을 줄이는 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다만, 조정중재원의 판단도 ‘의견’이므로, 법원의 판결처럼 절대적인 효력을 가지는 것은 아닙니다. 당사자 중 한쪽이 수용하지 않으면 결국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복잡하거나 고도의 의학적 판단이 필요한 사건에서는 다소 시간이 지연되거나, 감정 결과가 모호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서는 의료사고에 있어 법원 외의 유일한 전문적 조정기구라는 점에서 활용도가 높으며, 환자와 의료인이 모두 신뢰할 수 있는 제도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결론 – 의료사고, 법률은 어떻게 해결하고 예방할 것인가?

의료사고는 단 한 번의 실수로 환자의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고, 평생 후유증을 남길 수도 있는 중대한 사건입니다. 환자에게는 치료를 기대한 결과와 정반대의 손실로 이어지며, 의료인에게는 법적 책임뿐 아니라 정신적 부담, 직업적 위기, 심한 경우 생계의 위협까지 동반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의료인들은 한 번의 의료사고로 인해 형사 기소와 면허 정지, 병원 운영 중단, 언론 노출, 평판 훼손을 경험하며 의료 현장을 떠나게 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의료사고는 단순한 개인 간의 갈등이 아니라, 의료의 신뢰 구조 전반을 흔드는 법적·사회적 문제입니다.

법적으로 의료사고는 민사, 형사, 행정 세 분야에서 동시에 책임이 논의될 수 있습니다. 민사책임은 손해배상 청구로 이어지며, 형사책임은 업무상 과실치사상으로 기소될 수 있고, 행정책임은 자격정지 또는 면허취소로 귀결됩니다. 즉, 하나의 사고가 세 가지 법적 절차로 동시에 전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사고는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법률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특히 의료인의 과실 여부, 환자에게 고지했는지 여부(설명의무), 사전에 위험 회피 노력이 있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되며, 이는 환자 측에서도 매우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의료인 입장에서는 무엇보다도 예방이 최선의 전략입니다. 철저한 진료기록 작성, 환자와의 소통, 고지의무 이행은 의료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가장 확실한 수단입니다. 진료기록은 법정에서 의료인이 자신의 주의의무를 다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자료이므로, 의료인의 방어권 확보를 위해서라도 기술적인 기록보다는 맥락과 판단근거까지 포함된 상세한 기록이 요구됩니다. 특히 환자가 설명을 이해했는지 여부, 보호자 동의 여부, 예상되는 부작용 등을 문서화하는 ‘설명서 + 서명’은 실제 분쟁 발생 시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한편 환자 입장에서는 감정적 대응보다는 법적 구조에 기반한 이성적 대응이 매우 중요합니다. 의료사고가 발생했다고 해서 무조건 법적 책임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과실과 인과관계가 입증되어야 하므로, 진료기록, 수술 동의서, 회복 경과 등 객관적인 증거 확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 제도는 이러한 갈등 상황에서 환자에게 무료로 감정 기회를 제공하고, 신속하고 공정한 조정을 통해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제도이므로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의료사고 발생 이후의 ‘소통’도 매우 중요합니다. 의료인이 사건 이후 책임을 인정하거나 사과하는 것만으로도 환자의 분노와 불신이 상당 부분 완화될 수 있으며, 실제로 진심 어린 사과와 설명이 이뤄졌을 경우 소송으로 비화되지 않고 원만하게 합의되는 사례도 많습니다. 반면, 의료기관의 방어적 태도, 무응답, 증거 은폐 시도 등은 오히려 분쟁을 악화시키고 환자의 법적 대응을 자극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우리 사회는 의료사고를 ‘누군가의 잘못’으로만 바라보기보다는, 시스템 리스크와 인간의 한계를 동시에 고려하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예컨대, 수술 도중 의료기기 오류, 응급상황에서의 판단 지연, 인력 부족으로 인한 과실 등은 개인의 과실과 병원의 책임이 혼재된 사안이며, 단순히 개인을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문제의 본질이 해결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의료사고 대응은 처벌 중심의 관점보다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 개선, 의료인 교육, 제도적 보완으로 이어져야 진정한 해결이 가능할 것입니다.

나아가, 국민의 입장에서도 의료사고에 대한 균형 잡힌 인식이 필요합니다. 의료는 본질적으로 ‘확률’과 ‘예측 불가성’을 전제로 하는 행위입니다. 100% 안전한 수술, 100% 완치되는 치료는 존재하지 않으며, 의학은 항상 불확실성을 동반합니다. 그렇기에 의료인이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책임을 묻기보다는, 충분한 설명과 동의, 성실한 진료, 책임 있는 사후 대응이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성숙한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의료사고는 예방이 최우선이고, 발생했을 경우에는 절차에 따른 명확한 법적 대응과 제도 활용이 핵심입니다. 민사·형사·행정 분야의 법률 전문가, 의료감정 전문가, 조정제도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분쟁을 조기에 해소하고, 환자와 의료인 모두가 불필요한 고통을 줄이는 방향으로 사회 시스템이 작동해야 합니다. 헌법이 보장한 생명권, 건강권, 직업의 자유가 서로 충돌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제도와 인식, 법의 균형이 조화를 이루는 의료 법제 환경이 더욱 강화되어야 할 것입니다.